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2027년 사상 최악의 메모리 공급난 올 것"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2027년에는 업계 역사상 가장 심각한 공급난이 발생하고, 2030년 이후에도 수요가 공급 능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10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은 공급 측면에서 업계 역사상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고객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생산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2030년 이후에도 고객 수요가 회사의 공급 능력을 웃도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과 함께 265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미국예탁증권(ADR) 공모를 성공적으로 마친 직후 나왔다. 이는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가운데 최대 규모의 공모로 기록됐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도하면서 AI 인프라 확대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날 곽 사장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생성 AI 확산으로 HBM뿐 아니라 일반 DRAM 수요까지 동시에 증가하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AI용 메모리 수요 증가로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도 메모리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객사들도 공급 부족 장기화를 예상하면서 다년간의 장기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최근 AI 메모리 부족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앞으로도 최대 메모리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투자은행 UBS는 글로벌 DRAM 시장의 공급 부족이 최소 2028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가 올해 약 8510억달러(약 1276조원), 내년에는 1조1500억달러(약 1724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투자 수익성 개선과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증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계속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수요 증가를 이유로 미국 투자 계획을 기존 2000억달러에서 2035년까지 2500억달러(약 375조원)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곽 사장은 앞으로 웨이퍼 생산공장 건설 후보지로 미국도 유력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다만 충분한 부지와 전력, 용수, 숙련 인력 확보는 물론 경쟁력 있는 제조 비용이 전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건만 충족된다면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모두 검토 대상"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으며 가장 큰 사업적 이점을 제공하는 지역을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애플이 중국 메모리 공급망 확대를 검토하고 메타가 AI 컴퓨팅 자원의 외부 판매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AI 투자 사이클이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며 나온 것이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최근 2주 동안 약 18% 하락했다. 그러나 업계는 여전히 메모리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HBM은 일반 DDR5 메모리보다 훨씬 복잡한 제조·패키징 공정이 필요하며 더 많은 웨이퍼 생산 능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최근 주요 고객들과 다년간 장기 공급계약(LTA)을 잇달아 체결하며 생산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선점에 힘입어 2025년 영업이익 47조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약 6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주가는 7배 이상 상승하며 AI 시대 대표 수혜주로 자리매김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