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막고 AI는 열렸다…오픈AI·구글, 美 제재 대상 中 기업에 첨단 AI 모델 제공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오픈AI와 구글이 미 국방부 감시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들의 해외 법인에 AI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에는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홀딩스와 연결된 싱가포르 법인이 포함됐다. 10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핵심 쟁점은 미국의 대중국 AI 규제가 반도체 수출에는 집중돼 있지만, 완성된 AI 모델을 온라인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영역은 상대적으로 비어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은 최첨단 AI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칩 선적은 제한하고 있지만, 해당 시스템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는 경우에는 포괄적 차단 장치를 두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모회사가 미 국방부 감시명단에 올라 있어도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허용 시장에 등록된 해외 법인을 통해 미국 AI 모델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미 국방부의 1260H 명단은 중국 인민해방군을 지원할 수 있는 중국 기업을 특정하는 감시체계다. 다만 이 명단에 포함됐다고 해서 미국산 고급 소프트웨어 제품 구매가 전면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매체에따르면, 미국은 오픈AI의 GPT-5.6, 앤트로픽의 미토스와 페이블 같은 일부 소프트웨어 제품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미국 AI 온라인 서비스 이용 전반을 막는 일반 규정은 없는 상태다. 오픈AI는 지난달 알리바바와 연결된 API 이용자들의 접근을 중단했다. 회사는 이번 주 해당 계정 정지를 확인했다. 오픈AI는 이 계정들이 자사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는 활동을 벌인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문제로 지목된 행위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이다. 이는 한 AI 시스템의 응답을 대량 수집해 다른 모델 성능 개선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오픈AI는 관련 활동을 미국 당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본토에서는 자사 모델을 사용할 수 없지만,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다른 국가에서는 중국 국적자가 소유한 일부 기업에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고객들이 "우리가 안전장치를 집행하고 디스틸레이션을 감시할 수 있는 국가에서 활동할 수 있다"라며 "국적만으로 접근 여부가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사안은 미국 기업의 대중국 AI 차단과 중국 기업의 미국 AI 활용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장 현실도 보여준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딥시크와 문샷AI의 중국산 모델이 일반 업무용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낮은 가격을 앞세워 오픈AI와 앤트로픽 서비스의 대체재로 쓰이고 있다. 일부 기업은 업무별로 중국 모델과 미국 모델을 함께 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중국 내부에서는 AI 기술 공개 범위를 둘러싼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중국은 그동안 자국 AI 모델의 해외 확산을 글로벌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봤고, 주요 모델 상당수를 공개 코드 형태로 배포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핵심 AI 연구 성과와 기술 보호를 강화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경쟁국 정부나 범죄 조직, 적대적 세력이 중요한 기술을 가져가 중국에 불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방 AI 기업들도 중국발 기술 유출을 문제 삼고 있다. 앤트로픽은 딥시크, 문샷AI, 미니맥스가 자사 제품을 상대로 디스틸레이션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알리바바가 2만5000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어 클로드와 2880만회 이상 상호작용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 작업이 서비스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은 미국의 대중국 AI 통제에서 칩과 클라우드형 AI 서비스 사이에 규제 간극이 남아 있다는 점을 다시 드러냈다. 향후 쟁점은 해외 법인을 통한 우회 접근을 미국이 추가로 제한할지, 그리고 미국 AI 기업들이 국가별 통제와 상업적 서비스 제공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에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