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인' 한 줄이 부른 120억원 빛...OGQ 사태가 던진 창업자 보호의 '민낯'
창업자가 회사를 위해 받은 투자금이 그대로 계좌에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 개인이 120억원의 채무를 떠안게 됐다. 국내 스타트업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자칫 16년간 일궈온 회사를 고스란히 넘겨야 하는 사태까지 처했다. 이러한 OGQ 창업자 사태를 두고 국내 벤처투자 업계를 중심으로 계약 관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와 창업자의 분쟁을 넘어 '이해관계인' 조항이 사실상 연대보증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창업자 보호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창업한 회사를 빼앗기게 생겼습니다" 20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IP 플랫폼 OGQ의 창업자인 신철호 대표는 최근 "창업한 회사를 빼앗기게 생겼다"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공개하고 벤처투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신철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문을 공개했다. 자신이 현재 약 120억원의 개인 채무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 파산은 물론 OGQ의 경영권까지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번 사태을 개인과 투자자 간 분쟁이 아닌 국내 창업 생태계와 벤처투자 제도의 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철호 대표에 따르면 문제의 시작은 지난 2021년 OGQ가 게티이미지코리아 인수를 추진하며 유치한 90억원 규모의 투자금이다. 해당 자금은 인수가 완료될 경우 사용하기로 한 조건부 투자였지만, 인수가 무산되면서 현재까지 회사 계좌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투자자 측은 투자금 반환 책임을 회사가 아닌 대표 개인에게 물었고, 법원 역시 이를 개인 채무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올해 4월 상고를 기각했고, 원금 90억원에 연 12% 이자가 더해져 현재 개인 채무는 약 12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신철호 대표는 매월 약 1억원의 이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판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회사에 투자금이 그대로 존재하는데도 대표 개인이 모든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과연 타당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투자계약 '이해관계인' 조항 도마 위 이번 사안의 핵심은 투자계약에 포함된 '이해관계인' 조항이다. 계약서에 '연대보증'이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신철호 대표가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계약 당사자에 포함되면서 결과적으로 투자금 반환 책임이 개인에게까지 미치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창업자를 이해관계인으로 포함하는 계약이 낯선 일은 아니다. 창업자의 경영 참여와 주식 처분 제한, 진술·보증 의무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 투자계약에 이해관계인 조항을 두는 사례가 적지 않다. 벤처투자 한 관계자는 "이해관계인 조항은 대부분의 계약에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조항이 계약 내용에 따라 창업자 개인에게 광범위한 의무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는 연대보증이 아니더라도 창업자가 회사의 투자금과 관련한 책임을 직접 부담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계약 구조가 최근 정부가 추진해 온 창업자 보호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수년간 창업자의 개인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재도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왔다. 사업 실패가 곧 창업자의 개인 파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였다. 스타트업계 한 CEO는 "금융감독원의 규제를 받는 기관들의 투자는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며 "계약서나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항상 투자자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창업자들은 미래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라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 '안전장치'가 창업자 '족쇄'로 업계에서는 연대보증 대신 이해관계인 조항을 통해 창업자에게 실질적인 책임이 집중된다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명칭만 달라졌을 뿐 결과적으로는 창업자가 회사 투자금에 대한 위험을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이번 논란은 창업자 개인을 계약 당사자로 포함시키는 관행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함이지만, 창업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채무와 개인의 책임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대출은 원금상환을 기반으로 해 이자 소득을 올리면 되고, 투자는 낮은 성공률을 전제로 높은 수익률을 가져간다"며 "이 둘을 모두 취하는 계약이라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갈취하는 구조인 만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더 이상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벤처투자 제도와 금융질서 전반에 대한 물음"이라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 관련기사 - "여름휴가 계획 세우셨나요?" 놀·에어비앤비·여기어때로 찾는 나만의 여행 코스 - [주말에 뭐보지] 볼거리 풍년...넷플릭스 '동궁'부터 ·쿠팡플레이 'MZ오피스'까지 - [책] 구글의 TPU 개발·MS의 SMR 투자, 왜?...다음 10년 내다본 'AI 전력 전쟁' - [주말에 뭐하지] 장마철엔 실내가 '최고'...유통가 '실내 팝업스토어'로 소비자 '공략' - [주말에 뭐먹지] '무알코올 맥주'는 하이트진로가 '진리'...테라 제로의 놀라운 '역습' - [가봤다] 서울 600년을 걷는 경험...서울역사박물관·퀄컴 'XR 특별전' - [타봤다] 작아서 편하고, 보기보다 넓다...캐스퍼 일렉트릭의 매력 - SKT '독파모 활용 확대' vs KT 'AX 전열 강조', AI 경쟁 '치열' - 삼성전자·LG전자, 'HVAC·AI 홈' B2B 확대 '잰걸음' - 통신사, 고객 저변 확장 '한창'...'AI 종잣돈' 확보 총력 - 쿠팡, 인천 물류센터 화재 현장지원…지자체와 적극 '협력' - "하천 오염 가능성 낮아" 쿠팡, 화재 수습 총력전…소방관·주민 지원 확대 (종합) - 장현국 넥써쓰 대표의 30년 구상 현실로...수익 연동형 '스트리머 이코노미' 띄웠다 - "명품 대신 디저트 오픈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