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총리가 여성 왕위 승계 막아”…다카이치 지지율 출범 이후 최저
일본 정치권이 왕실의 인구 감소를 막겠다며 통과시킨 '황실전범' 개정안이 국내외에서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여성 왕족의 왕위 승계를 전면 배제한 채 구시대적인 남성 중심의 제도만을 고집했다는 비판이 핵심이다. 18일 일본 요미우리·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은 옛 왕족의 남성 계열 인물을 양자로 입적한 뒤, 그가 낳은 아들에게 왕위 계승권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법적 지위를 얻게 될 남성들은 현 나루히토 일왕과 무려 600년 전 조상을 공유하는 이른바 '36촌에서 38촌' 사이의 먼 친척들이다. 대상이 되는 남성은 6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번 법 개정은 일본 국민의 70%가 직계인 아이코 공주의 왕위 계승에 찬성하고 있는 민의를 완전히 정면으로 거슬렀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국민과 왕실의 유대를 무시한 지나치게 난폭한 제도 변경”이라며 정치권을 강력히 비판했다. 심지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전임자인 이시바 전 총리마저 “남계 남성에 의한 승계만 고집할 생각이 없다”고 언급하며 여권 내부의 분열 분위기를 드러냈다. 다만 이시바 전 총리는 황실전범 개정에 관한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싸늘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개정안에 대한 질문에 “모든 국가의 모든 지위와 직업에서 여성의 권리가 향상되는 포섭적인 정책을 장려한다”고 답변하며, 여성 승계를 원천 차단한 일본 왕실 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스페인,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주요 왕실들이 성별과 관계없이 첫째 자녀가 왕위를 잇는 장자 승계 원칙을 확립한 것과 비교하면 일본 왕실만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악화한 여론은 지지율에 반영됐다. 아사히가 황실전범 개정안이 통과한 직후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53%를 기록했다. 지난달 조사에서 60% 지지율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한달 새 7%포인트나 하락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정권 출범 이후 역대 최저치다. 마이니치신문이 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조사에서 51%의 지지율은 한달 만에 10%포인트가 하락한 41%로 내려앉았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44%로, 처음으로 비지지율이 지지율을 역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공주 있는데 36촌男 일왕으로?”…남성 중심 ‘황실전범 개정안’ 후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