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CEO '최장 6년' 시대 오나…지배구조 대수술에 금융권 '촉각'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장기 재임을 제한하는 고강도 지배구조 개편안을 사실상 확정하고 막바지 발표 준비에 들어갔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은 한 차례만 허용해 최장 6년까지만 재임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연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까지 대폭 강화하면서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가 큰 변곡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금융지주 CEO 임기는 최장 6년...연임 문턱도 높아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최종 정리하고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당초 이달 중 발표가 유력했지만 금융감독원 일정 등을 고려해 다음 주 공개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편안은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권의 '부패한 이너서클'을 강하게 비판한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마련한 결과물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권 지배구조 개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핵심은 금융지주 CEO 총임기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는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횟수나 총 재임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 각 금융지주가 정관을 통해 연령 제한이나 임기 기준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해 왔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초임 3년에 연임 3년을 더한 최장 6년까지만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명문화할 방침이다. 셀프 연임이나 우호적인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 장악, 이른바 '참호 구축(entrenchment)'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영향 범위는 사실상 모든 금융지주로 확대된다. 현재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한 3연임 회장은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등은 각각 한 차례 연임한 상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들은 현 임기를 끝으로 추가 연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첫 임기를 수행 중인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황병우 iM금융지주 회장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당국은 연임 자체를 금지하는 대신 첫 연임부터 의결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일반결의만 통과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는 특별결의 수준의 요건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연임 문턱 자체를 높여 이사회와 주주의 실질적인 검증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금융사 CEO 승계 시스템 전반 손질...'해외에 없는 사례' 비판도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단순히 회장 임기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금융지주의 CEO 승계 시스템 전반을 손질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은 대부분 계열사 CEO를 3~6년가량 맡은 뒤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고 이후 다시 회장직을 3~6년 수행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계열사 CEO 시절까지 포함하면 한 사람이 그룹 핵심 의사결정권을 10년에서 길게는 15년 가까이 행사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회장 선임을 주도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가 장기간 동일한 인물 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가 현직 CEO와 오랜 기간 함께 근무하면서 독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번 개편의 주요 배경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개선안에는 임기 제한 외에도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함께 담길 예정이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의 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IT·디지털·소비자보호·ESG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사외이사 후보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사 풀(pool)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보수 체계 역시 장기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단순히 연임 횟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방식이 지배구조 개선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이 CEO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검증된 경영자의 장기 재임을 제도적으로 막는 것은 오히려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과거 3연임에 성공한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은 임기 동안 그룹의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리며 주주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글로벌 주요 금융회사 가운데 민간 금융회사 CEO의 재임기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금융권이 제기하는 대표적인 반론이다.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선진화의 핵심은 연임 제한 자체보다 CEO 선임 절차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을 다양화하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장기 집권에 따른 부작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입법까지는 국회 논의 과정이 남아 있어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지만 금융당국의 개혁 방향은 상당 부분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개편을 계기로 금융지주들도 CEO 승계 프로그램과 이사회 운영 체계를 선제적으로 재정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 - [금융人사이트] '혁신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생활금융 플랫폼의 미래를 설계하다 - LGD "2분기 적자 '성장통'...칩플레이션 불구 연간 흑자 '순항'"(종합) - 상업용 프로젝터 '밝기 경쟁'...한국엡손, 백색·컬러 5200루멘 신제품 출격 - 스마트밴드에서 화면이 사라진다?...가민도 '스크린리스' 대열 합류 - SKT·KT·LG유플러스, 스마트안경 공략...'레이밴 메타' 판매전 '점화' - "재고 손실 선제적 보상" 쿠팡, 화재 수습 넘어 판매자·지역사회까지 책임진다 - "PB가 집으로 들어온다" KB국민은행, 삼성물산과 손잡고 '아파트 자산관리' 시대 연다 - [테크M 이슈] 숫자가 말하는 김기홍 리더십...탄탄한 JB금융 '질적 성장' 증명 - 삼성D·LGD "O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