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AI 차단 말라"…미국 스타트업 200곳, 트럼프 행정부에 호소
미국 정부가 중국산 오픈웨이트 AI 모델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는 가운데,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들이 집단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중국 모델을 전면 차단하면 미국의 스타트업이 어려워지고, 오히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소수 대형 AI 기업의 독점만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200여개의 미국 스타트업과 투자사로 구성된 리틀 테크 협회(Little Tech Association)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 등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중국 오픈웨이트 AI 모델에 대한 포괄적 금지 조치를 반대하는 공식 서한을 전달했다. 이번 서한에는 Y콤비네이터와 프로톤(Proton)을 비롯한 주요 스타트업과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AI 규제 논의를 둘러싸고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 생태계가 집단으로 입장을 밝힌 첫 사례로 평가된다. 협회는 서한에서 "미국의 AI 리더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오픈웨이트 모델을 개발하는 것과 함께 이미 전 세계에 공개된 오픈 모델에 미국 개발자들이 계속 접근할 수 있어야 유지된다"라며 "포괄적인 금지 대신 위험 요소만 겨냥한 정밀한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스타트업들은 중국 AI 모델 다운로드를 금지해도 해당 모델을 막을 수는 없으며, 오히려 미국 스타트업들의 경쟁력만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인프라 스타트업 파티클(Particle)의 수하일 도시 창립자는 "그렇게 되면 모두가 앤트로픽에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앤트로픽에는 좋은 일이지만 스타트업들에게는 치명적"이라며 "수백개의 기업이 즉시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중국 문샷 AI와 알리바바 등이 공개한 저렴한 오픈웨이트 모델을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오픈AI나 앤트로픽의 상용 모델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중국 모델을 중요한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문샷 AI의 '키미 K3' 공개 이후 중국 AI 모델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스타트업 업계의 우려는 더 커졌다. 다만 백악관은 아직 어떠한 정책도 확정되지 않았으며, 공식 발표 전까지 관련 보도는 추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정부 내부에서는 중국 AI 기업들에 대한 견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AI 모델을 불법 증류(distillation)해 모델을 개발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마이클 크라치오스 OSTP 실장도 문샷 AI가 앤트로픽의 모델을 대규모로 증류해 K3를 개발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샷 AI가 엔비디아 'GB300' 서버를 확보해 모델을 학습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리틀 테크 협회는 국가 안보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규제 방식은 정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리 고드프리 협회 사무총장은 "망치 대신 메스를 사용해야 한다"라며 "비용을 높이거나 접근성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규제로 보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