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구글에 1조5000억원 과징금…美 “무역 안정성 해쳐” 반발
유럽연합(EU)이 미국 빅테크 구글에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미국과 무역 갈등에 다시 불을 지폈다. EU는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근거로 구글에 8억9000만유로(약 1조5000억원)의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한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EU가 2024년부터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MA)'을 근거로 단일 기업에 부과한 역대 최대 규모다. EU는 구글이 사실상 독점적인 검색엔진과 앱스토어 구글플레이를 활용해 소비자들을 자사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도함으로써 경쟁 업체에 불이익을 줬다고 판단했다. 구글이 검색 과정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한 행위에 대해 4억6000만유로, 구글플레이 운영 과정에서 소비자가 더 저렴한 다른 경로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4억3000만유로의 과징금을 각각 책정했다. DMA에 따르면 '게이트키퍼'(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된 기업은 검색 순위에서 자사의 서비스를 다른 서비스보다 더 유리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EU는 구글이 쇼핑, 교통, 관광 등의 검색 결과에서 자사 서비스를 상단에 배치하거나 더 눈에 띄는 시각적 요소를 활용해 표시하는 방식으로 DMA를 위반했다고 봤다. 또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가 소비자에게 다른 구매 경로를 무료로 안내하고 대체 플랫폼을 통한 구매 길을 열어둘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지만, 구글이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구글은 이번 조치에 따라 향후 60일 이내에 시정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시정 조치 미이행 시 EU는 구글에 전 세계 총매출의 최대 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주기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구글은 EU의 조치에 반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EU의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우리는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실시간 검색 기능을 제거하고, 구글플레이의 안전 보호 조치를 해체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소수의 불만 제기자로 인해 초래된 제품의 품질 저하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럽 기업과 소비자들이 볼 것”이라며 “규제는 제품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도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진정한 대화는 '휴전' 상태에서만 가능한데, EU의 최근 조치는 이러한 노력을 훼손하며 통상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EU가 미국의 기술 기업을 표적 삼아 점점 더 공세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면서 “EU가 구글에 부과한 각종 과징금만 해도 EU 예산의 2%를 넘으며 이는 다수의 EU 회원국보다 기여가 큰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