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바이라인네트워크 (Byline Network)· 2026. 7. 24. 오전 8:19:215.0

[그게 뭔가요] 저렴한 협동게임의 부상 ‘프렌드슬롭’

요즘 인터넷 게임 방송을 보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AAA급 대작이나 인지도 높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픽은 어딘가 엉성하고, 게임성이 특별히 뛰어나 보이지도 않는데 이상하게 계속 눈길이 가는 작품들입니다. 혼자 즐긴다면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지만, 여러 방송인이 함께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번쯤 직접 해보고 싶어지죠. 멧챠 카멜레온, 피크, 레포와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이러한 작품들을 ‘프렌드슬롭’이라고 부르는데요. 가격이 저렴하고 지인들과 함께 간단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동하는 작품들을 칭하는 용어입니다. 하나의 정식 장르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하는 비슷한 작품들을 묶어서 부르는 명칭이라고 보면 됩니다. 협동 콘텐츠가 있다고 해서 모든 작품을 프렌드슬롭이라고 부르지는 않거든요. 프렌드슬롭은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와 질이 낮거나 대량 생산된 콘텐츠를 낮잡아 부르는 ‘슬롭(Slop)’을 합친 말입니다. 슬롭은 본래 오물이나 음식물 찌꺼기 등을 뜻하는 단어인데요. 최근에는 인공지능(AI)으로 대량 생산된 저품질 이미지와 영상, 글 등을 가리켜 ‘AI 슬롭’이라고 부르면서 디지털 콘텐츠 영역에서도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프렌드슬롭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진 멸칭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프렌드슬롭이 무조건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용자들은 물론 개발사들도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거든요. 프렌드슬롭 게임 ‘피크’를 공동 개발한 어그로 크랩의 개발자 케일런 폴록은 앞서 미국 IT 매체 덱서토(Dexerto)와 인터뷰에서 “프렌드슬롭이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게임 개발 전부터 프렌드슬롭을 농담처럼 사용했고, 기획부터 이러한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합니다. 같은 회사 커뮤니티 책임자 페이지 윌슨은 북미 게임 전문 매체 게임스레이다(Gamesradar)를 통해 동일한 말을 전달했죠. 프렌드슬롭 게임은 다른 장르와 무엇이 다른 걸까요.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 간 상호작용이 중요한 멀티플레이 협동입니다. 목표는 단순합니다. 리썰컴퍼니라는 게임은 일정량의 폐기물을 함께 수집해야 합니다. 최근 방송에서 자주 보이는 멧챠 카멜레온이라는 작품은 술래의 눈을 피해 위장해야 합니다. 게임 방식이나 목표가 굉장히 단순하죠. 몰입감 있는 세계관이 존재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처음 게임을 접한 이용자들도 쉽게 적응하고, 지인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성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프렌드슬롭에서 흥미를 느끼게 하는 핵심 요소죠. 한 사람의 실수가 다른 사람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를 만회하려는 다른 이용자의 행동이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죠. 게임이 무겁지 않기에 목표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함께 웃고 넘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은 혼자서 느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영국 IT·디자인 전문 매체 크리에이티브 블로크(Creative Bloq)는 프렌드슬롭의 재미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게임성과 그래픽보다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이용자 간 상호작용이 훨씬 중요합니다. 웃고 즐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함께 플레이하는 동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과 엉뚱한 장면이 잇따라 연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만족스럽지는 않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즐거움, 그 안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이 재미를 부여한다는 의미입니다. 프렌드슬롭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의 성과도 주목할 만합니다. 멧챠 카멜레온의 경우 지난달 10일 출시 이후 약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500만장을 달성했습니다. 출시 1주일 만에 300만장, 10일 만에 500만장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죠. 프렌드슬롭의 대표 작품으로 언급되는 피크 역시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장 이상 팔렸습니다. 레포(R.E.P.O.)라는 작품은 1500만장을 넘겼다고 하죠. 센서타워 비디오 게임 인사이트에 따르면 리썰컴퍼니는 1800만장 넘게 판매됐습니다. 물론 프렌드슬롭 게임의 가격은 비싸지 않습니다. 보통 10달러 내외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판매량이 무의미하진 않습니다. 대부분 소규모 인원으로 빠르게 개발됐기 때문이죠. 멧챠 카멜레온의 경우 1인 개발자 레모리온_1224와 아티스트 하가네이로가 2개월 동안 만든 작품입니다. 피크는 어그로 크랩과 랜드폴 게임즈 인원 7명이 4개월 만에 출시까지 이뤄냈다고 합니다. 닉 카만(Nick Kaman) 어그로 크랩 대표에 따르면 핵심 뼈대 개발까지는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프렌드슬롭이 왜 인기를 끄는지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 중 설득력 있는 분석으로는 입소문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는 겁니다. 멧챠 카멜레온 개발진은 마케팅에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에 대해 세가 게임 프로듀서 나카무라 타이라는 자신의 X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화제가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진들은 게임 방송을 자연스럽게 보며 성장한 세대일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게임 자체의 재미’ 안에 ‘방송으로 보는 재미’가 당연히 포함돼 있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디어 패신저스’라는 프렌드슬롭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게임의 스팀(Steam) 위시리스트(찜하기) 수는 200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게임 시장조사 업체 알리네아 애널리틱스 리스 엘리엇(Rhys Elliott) 분석가는 “디어 패신저스는 유료 마케팅, 크리에이터, 광고를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며 “모든 게 자연스러운 입소문 덕이었고, 그 결과 엄청난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렌드슬롭 작품은 저렴한 가격 덕분에 구매 저항력이 크지 않습니다. 알리네아 애널리틱스 추정치에 따르면 실제 위시리스트에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멧챠 카멜레온은 출시 전 위시리스트 수가 37만8000건이었습니다. 출시 이후 일주일 만에 21%가 게임을 구매했고, 출시 한 달 뒤에는 38%가 게임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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