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날 샌프란시스코에선 'K-AI'의 무대가 열렸다
[기고] 그날 샌프란시스코에선 'K-AI'의 무대가 열렸다 韓, 실리콘밸리서 AI 비전 선언 메모리·전력 병목 해결 열쇠로 윤성희 에루디오바이오코리아 대표 메모리·전력 병목 해결 열쇠로 윤성희 에루디오바이오코리아 대표 지난 24일 저녁 샌프란시스코의 한 행사장. 엔비디아의 젠슨 황, 오픈AI의 샘 올트먼,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우리 기업 총수들도 함께였다. 이날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심장부’에서 한국이 비전을 선언하고, 세계가 경청했다. 필자는 스탠포드에서 전자공학 박사를 마친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를, 아마존에서 전자상거래와 AI를 경험했다. 한국과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스타트업도 창업했다. 하지만 이날의 장면은 여전히 낯설면서도 뭉클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 한국이 마련한 자리에 모인 건 외교적 예우가 아니다. 한국이 AI의 핵심 국가라는 증거다. 오랫동안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은 메모리 가격을 얘기할 때 등장하는 ‘훌륭한 공급자’ 정도였다. 그런데 공기가 달라졌다. 요즘 저녁 자리에서는 ‘메모리가 병목이고 전력이 모자란다’는 얘기가 화두다. 추론의 시대에 병목이 연산에서 메모리·에너지로 옮겨 온 것이다. 그 병목의 열쇠를 쥔 나라가 한국이며, 이는 우리 기업들이 수십 년 축적으로 벼려 낸 성취다. 한국은 이제 공급망 조연이 아니라 AI 혁명의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남은 과제는 이 우위를 국가의 지속적 경쟁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고 그 곁에서 스타트업이 자라나도록, 정부가 인허가·인재의 토양을 다져줘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 승부처다. 챗GPT가 연 첫 막이 ‘말하는 AI’였다면 실리콘밸리의 관심은 이미 피지컬 AI, 즉 ‘일하는 AI’로 옮겨 가고 있다. 이 승부는 최고의 모델을 넘어, 그것을 훈련시키고 검증할 현실의 제조 현장을 갖췄느냐에서 갈린다. 자동차·조선·배터리·로봇을 아우르는 한국의 밀집된 제조 생태계는 세계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거대한 학습장이다. 바이오 AI의 잠재력도 크다. 임상에 들어간 신약 후보는 ‘십중팔구’가 실패하는데, 한국은 남다른 조건을 지녔다. 전 국민 건강보험으로 축적한 데이터가 있고, 건강검진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덕에 국가 단위로 쌓인 건강한 사람들의 데이터까지 있다. 무엇이 건강한 상태인지 AI가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에 이 데이터가 더해지면 ‘신약 발굴 엔진’의 마지막 조각이 채워진다.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은 시작일 뿐이다. 자본의 깊이, 심사의 전문성,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도 숙제로 남는다. 다행히 그 연결은 이미 시작됐다. 실리콘밸리의 한인 전문가들이 한국의 기업·연구기관·정부와 교류하며 통로를 만들어 왔고, 이번 선언은 여기에 정부의 무게를 더했다. 앞으로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실리콘밸리의 뜨거운 의지가 오랫동안 지속되길 기대한다. 오랫동안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은 메모리 가격을 얘기할 때 등장하는 ‘훌륭한 공급자’ 정도였다. 그런데 공기가 달라졌다. 요즘 저녁 자리에서는 ‘메모리가 병목이고 전력이 모자란다’는 얘기가 화두다. 추론의 시대에 병목이 연산에서 메모리·에너지로 옮겨 온 것이다. 그 병목의 열쇠를 쥔 나라가 한국이며, 이는 우리 기업들이 수십 년 축적으로 벼려 낸 성취다. 한국은 이제 공급망 조연이 아니라 AI 혁명의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남은 과제는 이 우위를 국가의 지속적 경쟁력으로 바꾸는 일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고 그 곁에서 스타트업이 자라나도록, 정부가 인허가·인재의 토양을 다져줘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 승부처다. 챗GPT가 연 첫 막이 ‘말하는 AI’였다면 실리콘밸리의 관심은 이미 피지컬 AI, 즉 ‘일하는 AI’로 옮겨 가고 있다. 이 승부는 최고의 모델을 넘어, 그것을 훈련시키고 검증할 현실의 제조 현장을 갖췄느냐에서 갈린다. 자동차·조선·배터리·로봇을 아우르는 한국의 밀집된 제조 생태계는 세계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거대한 학습장이다. 바이오 AI의 잠재력도 크다. 임상에 들어간 신약 후보는 ‘십중팔구’가 실패하는데, 한국은 남다른 조건을 지녔다. 전 국민 건강보험으로 축적한 데이터가 있고, 건강검진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덕에 국가 단위로 쌓인 건강한 사람들의 데이터까지 있다. 무엇이 건강한 상태인지 AI가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에 이 데이터가 더해지면 ‘신약 발굴 엔진’의 마지막 조각이 채워진다.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은 시작일 뿐이다. 자본의 깊이, 심사의 전문성,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도 숙제로 남는다. 다행히 그 연결은 이미 시작됐다. 실리콘밸리의 한인 전문가들이 한국의 기업·연구기관·정부와 교류하며 통로를 만들어 왔고, 이번 선언은 여기에 정부의 무게를 더했다. 앞으로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실리콘밸리의 뜨거운 의지가 오랫동안 지속되길 기대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