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MSCI 신흥국 지수 비중 30% 돌파…반도체 쏠림 경계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MSCI 신흥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서면서 신흥국 증시 수익률이 소수 반도체 기업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가 주춤하자 글로벌 운용사들은 중국과 인도, 소비재·에너지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MSCI 신흥국 지수 내 합산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 S&P500에서 '매그니피센트 7'이 차지하는 영향력에 근접한 수준이다. 신흥국 지수 전체에서 기술주 비중은 약 45%에 달한다.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합계는 4조4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신흥국 주식형 자금의 성과가 사실상 몇몇 AI 반도체 대형주의 주가 흐름에 집중된 셈이다. 다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반도체주는 클라우드 기업들이 현재 수요보다 많은 AI 시스템을 먼저 구축했을 수 있다는 우려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AI 기업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선 점도 외부 공급업체 주문 감소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기업들의 AI 지출은 계속 늘 수 있지만 실제 수요가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가 커진 상태다. 이런 흐름 속에 대형 운용사들은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과 GMO는 게임, 에너지, 소비재 기업까지 살피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은 대만 반도체 1곳과 한국 대형 반도체 2곳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와 중국에서도 투자처를 찾고 있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 랠리 둔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삼성전자가 최근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투자자들이 실적 개선보다 AI 투자 과열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다. 코스피는 지난 6월 고점 대비 20% 하락했고,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여러 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GMO는 SK하이닉스를 계속 보유하고 있지만 기준지수보다 낮은 비중으로 편입하고 있다. 톰 치앙 GMO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SK하이닉스 주가가 2025년 초 이후 약 13배 상승했지만, 이 같은 상승폭은 회사의 실제 사업 실적이 뒷받침하는 수준을 크게 웃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주 상승 속도가 펀더멘털보다 앞서갔다는 판단이다. SK하이닉스는 11일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서 예탁증서 거래를 시작했다. 회사는 265억달러를 조달했으며, 외국 기업의 미국 상장 가운데 최대 규모로 평가됐다. 예탁증서는 거래 첫날 공모가 대비 최대 14% 상승했다. 반도체주 조정에도 신흥국 주식형 자금 유입 자체는 이어지고 있다. 운용자산 254억달러 규모의 아반티스 신흥국 주식 ETF에는 최근 4개월 사이 가장 많은 주간 자금이 들어왔다. 지역별로는 홍콩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 알리바바는 13% 넘게 상승했고 텐센트도 4% 이상 올랐다. 이달 들어 홍콩 항셍지수가 주요 신흥국 증시 가운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인 반면 코스피는 최하위권으로 밀렸다. 중국 주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이 투자 매력으로 부각됐다. 항셍 중국기업지수의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은 약 8.9배로, MSCI 아시아 지수의 13배보다 낮다. 텐센트도 앞서 11배 수준의 저평가 구간에서 거래된 바 있다. 중국 AI 기업 즈푸의 급등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정식 명칭이 지식 아틀라스 테크놀로지 JSC인 이 회사는 공모를 통해 4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지만, 실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유통 주식은 전체의 약 13.5%에 불과하다. 즈푸 주가는 11일 장중 최대 20% 상승했고 종가는 19% 올랐다. 올해 1월 이후 상승률은 1650%로 항셍 종합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만 주가 상승이 적은 유통 물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변동성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신흥국 증시는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높은 비중과 AI 투자 기대, 과열 피로감이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신흥국 자금 유입은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반도체 집중도를 낮추고 홍콩 주식과 소비재, 에너지 등으로 자산을 분산하는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