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소송에 발목 잡힌 오픈AI…'인재 확보·공급망' 비상
애플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단순한 법적 공방을 넘어 오픈AI의 차세대 AI 하드웨어 전략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번 소송이 오픈AI의 인재 확보와 제품 개발, 공급망 구축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며 AI 기기 출시 일정에도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애플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제기한 소장에서 오픈AI가 전·현직 애플 직원들에게 미공개 제품 관련 정보를 가져오도록 요구하고, 애플의 보안 절차를 우회하는 방법까지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또 오픈AI가 영업비밀을 조직적으로 활용해 AI 하드웨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과 함께 관련 자료의 폐기 및 해당 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오픈AI는 이에 대해 "다른 기업의 영업비밀에는 관심이 없으며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반박했지만, 법원의 최종 판단과 무관하게 소송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으로 인재 채용을 꼽았다. 오픈AI는 지금까지 아이폰과 애플워치, 에어팟 개발 조직을 중심으로 400명 이상의 애플 출신 엔지니어를 영입하며 하드웨어 조직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특히 아이폰 디자인 책임자였던 탕탄과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를 중심으로 '포스트 아이폰' 시대를 겨냥한 AI 기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소송으로 애플 직원들이 오픈AI 입사를 부담스럽게 느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면접 과정이나 이직 자체가 애플 내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오픈AI의 인재 확보 파이프라인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제품 개발 속도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송 대응을 위해 법무 검토와 내부 통제, 컴플라이언스 교육 등이 강화되면서 엔지니어들이 개발보다 법적 리스크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진도 증거개시 절차와 변호사 대응 등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 해 조직 전반의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나아가 법원이 오픈AI가 애플의 영업비밀을 실제 제품에 활용했다고 인정하면, 이미 개발 중인 AI 기기의 설계를 다시 변경해야 할 수 있다. 과거 애플은 반도체 스타트업 리보스(Rivo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일부 프로세서 설계를 수정하도록 합의했던 사례가 있다. 공급망 확보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예상된다. 오픈AI의 AI 기기 생산을 담당하는 아시아 전자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애플과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관계 악화나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해 오픈AI와의 협력을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공급망 파트너 확보가 늦어지면 오픈AI의 제품 양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픈AI는 첫 번째 AI 기기를 올해 공개하고 2027년 출시한다는 기존 계획은 현재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제품은 스마트폰보다 개발 난도가 낮은 스마트 스피커나 웨어러블 기기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소송은 AI 시대 차세대 하드웨어 주도권을 둘러싼 애플의 선제적 견제로도 해석됐다. 2010년 스티브 잡스가 안드로이드를 겨냥해 '핵전쟁(thermonuclear war)'을 선언하며 특허 소송을 벌였던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현재 애플은 AI 경쟁에서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오픈AI는 강력한 생성 AI 기술과 조니 아이브가 합류한 하드웨어 조직을 앞세워 '아이폰 이후'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로서는 소송을 통해 기술 유출을 막는 동시에 인재 이탈을 억제하고 경쟁사의 AI 기기 개발 속도를 늦추려는 전략적 목적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