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가 배민 인수로 얻고자 하는 것
지난 몇년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꽤 큰 고난을 치뤘다. 쿠팡이츠는 모회사인 쿠팡의 지원 사격을 받아 승승장구하는데, 배민은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에 매년 벌어들인 만큼의 현금을 갖다 바쳤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배민은 핵심 지역인 서울을 쿠팡이츠에 빼앗기기도 했다. 고난의 시간을 겪은 배민의 주인이 바뀐다. 새 주인은 글로벌 기업 우버다. 우버가 배민 모회사인 DH를 인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독일 규제 당국의 허가에 대한 우버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다면, 오는 2027년 하반기에 배민은 자연스레 우버의 품에 안기게 된다. 2019년 우버이츠가 철수한 후 한국 배달 시장에 다시 뛰어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버가 그리는 그림은 뭘까. 그리고 배민의 미래는 밝을까, 아님 어두울까? 우버가 보는 배민 우버는 배민을 꽤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50~60%를 점유한 배민을 이용해 약세인 모빌리티 시장까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른바 ‘교차 플랫폼 전략’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우버가 진행한 DH 인수 컨퍼런스 콜에서,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는 “이번 인수 경우, 중동과 한국에서 보는 가장 큰 기회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은 (중동과) 조금 다릅니다. 배민이 압도적 1위 사업자이고, 저희도 모빌리티 시장에 들어가 있긴 하지만 시작한 지 몇년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에서 썼던 전략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일본에는 우버이츠로 진출했고 모빌리티 쪽 입지는 미미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음식배달과 모빌리티 양쪽에서 카테고리 1위 사업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배달에서 확보한 강한 입지를 지렛대 삼아 교차 플랫폼 전략으로 모빌리티까지 키운 것이고, 한국에서도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크고 잠재력도 큽니다. 결국 교차 플랫폼, 교차 브랜드 기회가 많다고 봅니다. 즉, 한국 배달앱 시장 1위인 배민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운영하는 택시 앱 ‘우버 택시’의 입지까지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우버의 ‘교차 플랫폼’ 전략, 핵심 무기 ‘우버 원’ 될까 교차 플랫폼 전략이란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우버로 차량 서비스를 이용했다가, 다시 우버이츠로 넘어와 음식배달을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 세계 34여개 국가에서 모빌리티와 음식배달 서비스를 동시 운영하는 우버는 이미 교차 플랫폼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체감했다. 모빌리티와 음식배달 서비스를 교차로 사용한 이용자의 거래액은 단일 서비스 이용자보다 3~4배 이상 높다는 점을 포착했다. 그런데 이러한 교차 이용은 우버의 2가지 설계에 기반한다. 먼저 우버의 계정이다. 우버는 두 사업을 모두 전개하는 지역에서 하나의 앱을 통해 모빌리티와 음식배달을 모두 제공한다. 탭을 전환하면 그만이다. 물론 우버 이츠만 별도로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하나의 우버 앱, 하나의 우버 계정에서 두 서비스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다른 무기는 회사 시그니처 멤버십 ‘우버 원(Uber One)이다. 우리나라에서 우버 원은 우버를 이용하는 이들이 택시를 탈 때마다 적립 받을 수 있는 유료 구독형 멤버십이다. 반면 두 서비스를 모두 전개하는 지역에서 우버 원은 배달비 무료 등 음식배달 관련 혜택을 포함해 운영된다. 우버가 이미 34개국에서 쓰고 있는 방식을 감안하면, ‘우버 원’ 멤버십 등을 활용해 배민의 이용자를 모빌리티 플랫폼의 이용자로 전이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이용자를 충분히 선점한 배민이나, 앱 이용자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우버 택시 두 서비스 다 앱을 접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연동형 구독 멤버십 등 일부 추가 비용을 더해 혜택을 확장하는 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규제 당국은 시장 독과점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다. 단일 앱 등을 내놔 배달앱 1위 지배력을 모빌리티 시장으로 그대로 전이시키려 한다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은 티빙-웨이브 결합,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등 국내 동종 산업의 결합에 요금 동결 등 시정조치를 부과하거나, 쿠팡 와우멤버십-쿠팡이츠·쿠팡플레이 혜택 확장과 같이 한 사업에서의 지배력을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우버이츠 수수료, 그대로 들어올까 국회 토론회나 정책 세미나 등에서 우버이츠는 해외 음식 배달 플랫폼 수수료 예시의 단골 소재였다. 우버이츠, 도어대시와 같은 글로벌 음식배달 플랫폼 수수료는 최대 35%에 달하기 때문에, 국내 배달 플랫폼 수수료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주장에 주로 쓰였다. 그랬던 우버가 배민으로 우회해 한국 시장에 돌아온다. 2019년 철수 이후 8년 만이다. 그렇다면 우버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입점 업체가 부담할 수수료가 오를 우려는 없을까? 안을 들여다 보면, 아직 수수료율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개 수수료만 더한 한국식 수수료 계산법과 달리, 우버이츠의 수수료는 배달비와 결제 수수료 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일각에서는 중개수수료, 광고비, 배달비, 결제 수수료 등을 합친 국내 배달앱 실질 수수료율은 매출 기준 15~30%이라고도 보고 있다. 다만 배민의 시장 지배력이 크고 DH로의 손바뀜을 겪어본 소상공인 및 업계에서, 우버라는 새 주인에 미리 불안해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DH가 배민을 인수한 이후, 수익성 확보에 치중해 입점 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은 업계에서 계속 제기됐다. 배민, 투자 여력 회복할까? 배민이 다시 한 번 국내 시장 점유율 유지 및 확대를 위해 우버의 힘을 빌릴 수 있을지에도 주목된다. 우버는 우버 택시를 본격 운영한 이후,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택시 기사 유입 등을 위해 오전 10시 이전까지 우버에서 3개 콜만 수행해도 2만원을 지급하는 프로모션 등 현금성 프로모션도 계속해 진행했다. 반면 DH는 지난 3년간 주주 환원 등을 이유로 배민 당기순이익 대부분을 챙겨갔다. 2023년에는 당시 배민의 당기순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