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안도 '연합전'…글로벌 방어망 키운다
오픈AI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이 인간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외부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며 충격을 준 가운데 글로벌 보안업계가 AI발 해킹 대비를 위해 독자 대응에서 연합전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프런티어 AI 업체가 주도하는 취약점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시에 다양한 기업과 연대해 대응 속도와 시장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보안기업 체인가드가 지난달 15일 출범시킨 오픈소스 공동 방어 연합체 '아테나(Athena)'가 20여개 회원사로 시작한 데 이어 이달에만 8개 회원사를 추가하며 외형을 빠르게 확장했다. 아테나에는 퀄리스·업윈드·자프란 등 보안기업과 시스코·클라우드플레어·아카마이 등 네트워크·인프라 기업, 도커·제이프로그 등 소프트웨어 공급망 기업이 참여했다. BNY·JP모건체이스·모건스탠리·PwC 등 금융·전문서비스 기업도 회원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 글로벌 AI 협력체인 앤트로픽의 '프로젝트 글래스윙'과 오픈AI의 '데이브레이크' 등이 취약점 정보를 공유하는 데 그쳤다면 아테네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취약점 발견부터 공개 전 방어, 고객 환경 배포, 오픈소스 원본의 최종 수정까지 한다. 회원사들은 프로젝트 글래스윙과 데이브레이크 등을 통해 파악한 신규 취약점을 공유하고 각자의 사업 영역에서 동시에 대응한다. 네트워크·플랫폼 사업자는 공격 트래픽을 앞단에서 차단하고, 보안기업은 탐지 규칙과 가상패치를 만들어 정식 패치 전에도 공격을 막는다. 이어 프로젝트를 이끄는 체인가드는 취약점을 미리 수정한 비공개 버전을 회원사에 우선 제공하고, 전문서비스 기업이 이를 고객사의 실제 시스템에 적용하도록 지원한다. 이런 방식으로 아테나가 지난 7일까지 처리한 취약점은 4만건을 넘어섰다. 2000개 이상의 패치를 만들어 500개가 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적용했다. 이 같은 '연대' 움직임은 미국 주요 보안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 분위기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보안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역시 지난 4월 '프로젝트 퀄트웍스'를 시작했다. 오픈AI·앤트로픽과의 협력을 액센츄어, EY, IBM, 크롤 등 컨설팅·시스템통합(SI)·보안 기업으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발견된 취약점의 실제 악용 가능성과 사업 영향을 분석해 대응 우선순위를 정한다. 파트너사들은 이를 토대로 고객사가 실제로 노출된 취약점을 파악하고 운영 환경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문제를 수정하도록 지원한다. 트렌드마이크로는 글로벌 취약점 연구자 네트워크인 '제로데이 이니셔티브(ZDI)'를 기반으로 AI 시대의 보안 역량을 높이고 있다. ZDI는 전 세계 1만9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버그바운티·취약점 공개 프로그램이다. 트렌드마이크로는 매년 수십억원을 투입해 타사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식 패치보다 90일 이상 앞서 네트워크 차단 방식의 '가상패치'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정부·업계가 '한국판 글래스윙' 등을 조직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AI 해킹 등에 대응하기 위해 빠른 연합체 구성·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