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AI 커머스' 실험 확대... 추천 넘어 관건은 '결제'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카카오가 카카오톡 안에서 인공지능(AI) 커머스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친구탭 첫 화면에서 선물할 상대를 추천하고 대화 맥락에 맞춰 장소를 찾은 뒤 예약까지 연결하는 식이다. 이용자가 카카오톡 안에서 발견한 수요를 외부로 넘기지 않고 추천과 검색, 예약, 결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AI가 선물할 친구나 방문할 장소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수익화에 한계가 있다. 카카오가 하반기 증명해야 할 것은 이용자가 카카오톡 안에서 추천을 받아 실제 구매나 예약으로 이어지고 결제까지 연결되는 거래 완결성이다. 시장이 카카오의 AI 전략을 평가하는 기준도 기능 출시 여부에서 결제 전환과 수익성 기여 여부로 이동하고 있다. ◆선물 추천에서 장소 예약까지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친구탭 상단에 '특별한 친구' 기능을 추가하며 선물하기 노출을 강화했다. 기념일, 친구 관계, 이용 이력을 고려해 AI가 선물하기에 적합한 대상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카카오톡에서 오간 대화 맥락과 사용 패턴, 선물 이력을 바탕으로 선물 수요를 찾아내는 기능도 포함됐다. 친구에게 "시험 잘 봐"라고 보내면 시험 응원과 관련된 선물 추천을 띄운다. 카카오는 이전에도 생일인 친구 메뉴 노출을 확대하는 등 선물하기 접점을 늘려왔다. 커머스 수익성 강화를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지난해 카카오의 커머스 연간 통합 거래액은 10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고, 연간 커머스 매출은 9510억원으로 7.8% 늘었다. 커머스 매출은 전체 카카오 매출의 11.7%를 차지했다. AI 커머스는 선물하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카카오톡 내 AI 서비스 '카나나'의 장소 에이전트 기능도 강화됐다. 기존 식당 중심의 장소 추천을 여행, 문화, 일상 편의 영역으로 넓히고, 추천부터 탐색·공유·예약까지 카카오톡 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용자는 대화 맥락에 맞춰 관광지, 숙박, 전시, 공연, 영화관, 주유소, 편의점, 자동차 정비소 등을 추천받고, 일부는 카카오톡 안에서 바로 예약까지 할 수 있다. 특정 지역 방문 일정을 등록해두면 일정 브리핑에서 해당 지역의 맛집과 주차, 메뉴 정보까지 함께 안내받는다. 카카오가 이런 기능을 확대하는 이유는 카카오톡을 거래의 출발점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친구 생일, 시험 응원, 여행 일정처럼 카카오톡 안에서 이미 발생하는 수요를 AI가 포착해 상품·장소·예약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이 구조가 작동하면 카카오톡은 단순 메시지 앱이 아니라 수요 발견 채널이 된다. 이용자가 검색창을 열기 전에 카카오톡 대화 안에서 필요한 상품이나 장소를 발견하고 곧바로 예약·결제까지 마치면, 카카오는 광고 노출뿐 아니라 중개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 커머스 거래액 확대 효과까지 함께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추천 이후 실제 결제가 외부 앱에서 이뤄진다면 카카오가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은 제한적이다. ◆실적은 버티지만 남은 건 결제 카카오의 본업 실적은 비교적 견조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카카오의 2분기 매출액은 2조492억원, 영업이익은 2263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 21.7% 증가한 수준이다. 매출 성장률은 크지 않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격차는 실적 개선분 자체보다 계열사 정리 효과와도 맞물려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2023년 5월 147개에서 지난해 말 94개로 줄었다.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아도 비용이 줄면서 영업이익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다만 이 같은 비용 절감은 AI 사업 자체의 성과와는 별개다. 문제는 이 실적이 시장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전사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인터넷 산업을 저성장 내수주로 보는 시각이 주류가 됐다고 진단했다. 신은정 DB증권 연구원도 '챗GPT 포 카카오'의 누적 이용자 수는 약 110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트래픽 지표나 외부 파트너 연결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봤다. 두 분석 모두 저성장 우려를 걷어내려면 에이전틱 AI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다. 카카오는 이미 일부 서비스에서 외부 파트너 연동 경험을 쌓고 있다. 오픈AI와 협업한 챗봇형 서비스 '챗GPT 포 카카오'는 카카오툴즈를 통해 올리브영, 무신사, 사람인 등과 연동은 마쳤지만 대화형 정보 탐색·조회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결제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커머스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 쪽에서 아직 증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관련 서비스는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카카오톡 내에서 검색과 추천, 결제까지 가능한 에이전트를 8월 초 공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의류, 화장품, 여행 등 기존 선물하기를 넘어선 커머스 시장을 카카오톡 안으로 가져올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진단이다. 다만 카카오의 AI 커머스 가능성을 두고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나나와 챗GPT 투트랙 모두 성과가 부진하다고 짚었다. 카나나는 메신저라는 대화창 맥락에 맞지 않는 설계로, 챗GPT 포 카카오는 별도 앱과의 차별성 부족으로 유의미한 트래픽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한다. 카카오가 쇼핑·지도·페이·모빌리티·음악·웹툰까지 갖춘 서비스 폭과 5000만명 규모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먼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사용자를 붙잡는 쪽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선점자 이익'을 카카오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누릴 수 있다고 봤다. 완성도 부족을 지적하는 시각과 이미 갖춘 자산을 주목하는 시각이 갈리는 셈이다. 카카오 AI 커머스의 경쟁력은 방대한 상품 수보다 카카오톡 안에서 발생하는 맥락에 있다. 이용자가 친구와 나눈 대화, 일정, 관계, 선물 이력은 일반 쇼핑몰이 갖기 어려운 데이터다. 다만 이 데이터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려면 추천이 자연스러워야 하고, 결제 과정이 짧아야 하며, 이용자가 광고성 개…